아주 많이 좋아하는 장면...
엄마를 늘 무시하고 말도 거칠게 하고 종처럼 부려먹기만 하는 아버지를 지오는 매우 싫어하며
그런 아부지에게 쩔쩔매면서 사는 엄마를 늘 안쓰러워 한다.
지오가 엄마에게 서울 가서 나랑 살까? 라고 하자 엄마는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나는 너보다 니 아버지가 더 좋다. 엄마를 얼마나 위하는데..'
이런 엄마를 보면서 아들은 생각한다.
'세상 누구보다도 엄마를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고.
언니랑 나는 살면서 무뚝뚝하고 발끈하며 입이 까다로운 아부지 때문에 엄마의 넋두리를 자주 들으며 살았다.
엄마는 아부지에 대한 불평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밥때가 되면 아버지 좋아하시는 반찬을 신경써서 만들었고
욕하다가도 아버지를 신경써서 챙기는 등..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엄마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럴 거면 우리 붙잡고 넋두리나 하질 말던가... 밉다고 할거면 잘해주질 말던가...
어느날,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묻는 나에게 엄마가 그러시더라.
"자식이 아무리 잘해줘도 남편이 앉았다 일어난 자리 풀 만도 못하다는 말 알아? 니 외할머니가 하신 말이다."
아니... 앉았다 일어난 자리도 아니고... 그 자리 풀 만도 못하다고? 자식이??
별로 효녀로 산건 아니지만 정말로 섭섭했다.
아부지에 대한 넋두리를 할 때마다 맞장구 쳐주며 같이 아부지 욕을 하고 다 받아주며 엄마를 위로했는데...
난 같은 여자로서 우리가 동지인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엄마는 지금까지 아부지 편이었던 거다.
엄마 본인은 아버지 욕하면서도 자식들이 아버지 욕하는 건 듣기 싫어한다는 거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밀려오는 배신감...
엄마를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던 지오의 기분과 그 순간의 나의 기분이 거의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엄마가 아부지에 대해 예의 그 넋두리를 늘어놓아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줄 알게 되었다.
같이 맞장구 치고 아부지 욕을 들어줄지라도 예전처럼 진심으로 엄마의 삶에 대해 마음 아파하진 않는다.
무뚝뚝한 말로 상처주고 맨날 버럭해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일지언정 엄마한테는 아버지라는 아군이 있고..
엄마는 아버지 편이니까.
미혼인 나는 사실 다 이해한다고는 못하겠다.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이 부부간의 사랑이고 정이란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는 조금 더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이 엄마 나름의 사랑의 방식이며 정이라는 거...
지오가 결혼을 하고 조금 더 나이가 든다해도 아들의 입장으로서 엄마를 다 이해하게 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해하고 싶어지기는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